스탕달의 『적과 흑』은 프랑스 문학의 고전이자,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젊은이의 내면을 가장 예리하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줄리앙 소렐이라는 청년이 겪는 성장과 몰락의 여정은 오늘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수많은 사회초년생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본 글에서는 줄리앙의 삶을 통해, 현대 청년이 공감할 수 있는 야망, 계급, 자아정체성의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줄리앙 소렐, ‘성공하고 싶은’ 모든 청춘의 자화상
줄리앙 소렐은 가난한 목수의 아들이자, 타고난 야망과 지성을 지닌 청년입니다. 그는 나폴레옹을 동경하며, 프랑스 사회의 최하층에서 권력과 명예를 향한 계단을 오르려 합니다. 하지만 그 길은 결코 단순하거나 평탄하지 않습니다. 귀족 사회의 위선, 종교 권력의 복잡한 정치, 사랑과 명예 사이의 딜레마는 줄리앙을 끊임없이 흔들고 몰아갑니다. 이 모습은 오늘날 사회초년생의 현실과 닮아 있습니다. 좋은 학교, 자격증, 스펙을 갖춰 ‘성공’을 준비해온 청년들이 실제 사회에 진입하면서 겪는 현실의 장벽, 조직문화의 위선, 이상과 타협 사이의 갈등은 줄리앙의 여정과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줄리앙은 ‘나도 저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세상을 마주하지만, 곧 자신의 출신과 정체성, 그리고 그 사회가 가진 보이지 않는 벽 앞에서 좌절합니다. “과연 나는 누구이며,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사회초년생이 현실에서 매 순간 부딪히는 고민이기도 합니다. 결국 줄리앙은 스스로를 증명하려는 집착과 타인의 인정을 향한 갈망 속에서 점점 자기 자신을 잃어갑니다. 이것은 타인의 기대에 맞추느라 자신을 잃어버리는 현대 청년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적과 흑』은 줄리앙의 실패를 통해, 성공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묻게 합니다.
적(軍복)과 흑(성직복), 선택의 상징
『적과 흑』이라는 제목은 단순한 색깔이 아닙니다. 여기서 ‘적’은 군인의 상징, ‘흑’은 성직자의 상징이며,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 출세의 두 길을 의미합니다. 줄리앙은 처음엔 나폴레옹의 군복을 꿈꾸지만, 결국 현실의 벽 앞에서 성직자의 길을 택합니다. 이는 이상과 현실, 열정과 타협 사이의 선택을 의미하죠. 현대의 사회초년생에게도 이러한 이분법적 선택은 일상입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안정적인 길을 택할 것인가?" 하는 갈등은 대학 졸업 이후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누구나 마주하는 문제입니다. 줄리앙처럼 많은 이들이 ‘현실적 선택’을 하며, 그 안에서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또한 줄리앙이 선택한 성직자의 길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자신을 숨기기 위한 가면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출세를 위해 종교를 활용했지만, 결국 그 위선이 파국을 불러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진심 없는 커리어, 보여주기 위한 경력, 남에게 보이기 위한 인생 설계가 스스로를 피로하게 만듭니다. 『적과 흑』은 이런 선택들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너는 왜 이 길을 택했는가? 그 선택은 너 자신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타인을 위한 위장이었는가?" 줄리앙의 선택은 실패로 끝났지만, 독자는 그 실패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줄리앙의 파멸에서 배우는 자기정체성의 가치
줄리앙은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지식, 노력, 연기력, 감정의 억제까지. 그는 사랑마저도 ‘자신의 상승 도구’로 삼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그는 깨닫습니다. 진정한 나로서 살지 않는 삶은 결국 자신을 무너뜨리는 길이라는 것을. 현대의 사회초년생 역시 빠른 성공을 좇는 과정에서 자아를 잃을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처음엔 진심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준은 ‘타인의 시선’이 되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멀어집니다. 줄리앙처럼, 진짜 감정보다 전략적 행동이 우선시될 때, 사람은 결국 방향을 잃고 무너지게 됩니다. 스탕달은 줄리앙을 처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죽음의 순간, 그는 스스로를 인정하며 평온함을 되찾습니다. 이것이 『적과 흑』의 진짜 메시지입니다. 성공이 아닌 자기이해, 인정이 아닌 자기인정. 이는 지금 사회에 첫발을 디딘 수많은 청년들에게 주는 정직한 조언이자 문학적 위로입니다.
『적과 흑』은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 사회초년생의 고민과 깊이 연결됩니다. 줄리앙 소렐은 실패했지만, 그의 고민과 선택, 갈등과 감정은 지금 우리와 똑같습니다. 스탕달은 줄리앙을 통해 묻습니다. "너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이 길을 걷고 있는가?"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며, 그 질문을 품는 순간 우리는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