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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창작 지망생이 주목해야 할 김훈의 문장력

by 무적의우리친구 2025. 4. 1.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김훈은 한국 문단에서 독보적인 문장력을 가진 작가로 손꼽힙니다. 그의 대표작 『칼의 노래』는 단순한 역사소설을 넘어, 문장의 절제미와 깊이 있는 내면 묘사로 많은 독자와 작가 지망생들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본 글에서는 김훈 문장의 미학을 창작 관점에서 분석하고, 문학 창작을 준비하는 이들이 주목해야 할 기술과 태도를 짚어봅니다.

단문과 절제 – 언어의 밀도를 높이는 힘

『칼의 노래』를 읽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은 단문 중심의 문장 구성입니다. 김훈의 문장은 화려하거나 수사적인 기교보다는, 간결하면서도 압축된 표현으로 독자의 감각을 자극합니다. “버티는 것이 싸우는 것이다.”, “나는 다만 살아 있을 뿐이었다.”와 같은 문장은 짧지만 내면의 깊은 울림을 전달합니다.

이는 문장을 장식보다 ‘정보 전달과 감정 전달의 도구’로 이해하는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문학 창작 지망생들이 흔히 빠지는 실수 중 하나는 ‘문장을 멋지게 써야 한다’는 욕심입니다. 그러나 김훈은 그와 정반대의 방식으로 문장을 ‘비우고 덜어냄으로써’ 감정을 부각시킵니다. 단어 하나, 어순 하나에 집중하는 그의 집필 습관은, 언어를 다루는 작가의 기본 자세를 일깨워줍니다.

또한 그의 단문은 문장의 리듬을 조절하는 기능도 합니다. 짧은 문장을 반복하거나 대조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독자에게 호흡과 리듬의 변화를 인식시키고, 문장의 에너지를 극대화합니다. 이는 소설 창작에서 중요한 ‘속도감’ 조절에도 응용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김훈의 절제된 문장은 단순히 ‘짧다’는 특성에 그치지 않고, 강한 밀도와 내면의 긴장을 응축한 표현 방식으로 기능합니다. 창작 지망생이 배우기 가장 좋은 문장 미학 중 하나입니다.

구체성과 묘사의 균형 – 감정보다 사물로 말하기

김훈 문장의 또 다른 특징은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고, 사물과 풍경, 동작을 통해 우회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은 자신의 두려움이나 고통을 거의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칼집을 벗겨내지 않은 채 칼을 눌러 보았다. 뼈에 닿는 감각이 있었다.”와 같은 문장을 통해, 심리 상태와 결단의 무게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러한 방식은 작가가 독자에게 감정을 ‘주입’하기보다, ‘유도’하거나 ‘상상하게 하는’ 서술 기술로 연결됩니다. 김훈은 자연, 물건, 소리, 날씨 등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장면을 구현하며, 독자가 그 속에서 정서적 결을 스스로 읽도록 유도합니다. 이는 창작 지망생들에게 매우 유용한 기법입니다.

예컨대, “비가 왔다”는 단순한 문장을 쓰는 대신, 김훈은 “물 비린내가 깃발과 무사의 창끝을 눅눅하게 적셨다”와 같이 표현합니다. 이는 감각적 디테일을 통해 풍경과 심리를 동시에 전달하는 방법이며, 독자에게 장면의 몰입도를 크게 높여주는 전략입니다.

또한 그의 문장은 시각뿐 아니라 촉각, 청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동원합니다. 이는 소설에서 공간감을 형성하고 독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창작자가 묘사를 할 때 ‘무엇을 보았는가’에 그치지 않고, ‘어떤 느낌이 있었는가’를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주체 없는 서술과 감정의 거리 – 무심함의 미학

『칼의 노래』는 인물의 내면을 깊이 다루지만, 직접적인 감정 표현은 거의 없습니다. 화자는 고통을 겪지만 “괴로웠다” 혹은 “슬펐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김훈은 고통의 순간을 사실적 묘사로 평면적으로 전달하며, 독자가 감정을 읽어내도록 문장의 여백을 남깁니다.

이 방식은 ‘무심한 서술’로 오해받을 수 있지만, 실상은 매우 정교한 감정 통제 기법입니다.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고, 행위와 주변 환경을 통해 감정을 유도하는 서술 방식은 ‘정서의 거리 두기’로도 불립니다. 이는 감정의 과잉을 피하고, 독자가 객관적으로 상황을 관찰하며 감정적 개입을 유도하게 만드는 효과를 줍니다.

김훈은 『칼의 노래』를 통해 ‘내가 무엇을 느꼈는가’보다 ‘나는 무엇을 보았고, 했는가’를 중심에 둡니다. 이는 창작자에게 ‘주체의 개입을 최소화한 문장 구조’의 예시가 됩니다. 주관적 언어를 줄이고, 행동과 환경에 집중한 묘사는 서사의 사실성을 높이고, 독자와의 감정 교류를 깊게 만듭니다.

또한 이 방식은 의도적인 침묵의 효과를 통해 텍스트에 무게감을 부여합니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전달하는 방식, 이른바 ‘문학적 절제’는 감정이 넘쳐나는 문장보다 때로 훨씬 더 깊은 감동을 줍니다.

결론: ‘멋진 문장’보다 ‘필요한 문장’을 쓰는 법

김훈의 문장은 겉보기에 단순하고 감정 표현이 적지만, 그 안에는 밀도 높은 관찰, 감각적 묘사, 절제된 감정이 녹아 있습니다. 창작 지망생이라면 『칼의 노래』를 통해 문장이란 무엇을 말할지보다, 어떻게 말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습니다. 멋진 문장을 쓰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독자에게 꼭 필요한 문장을 쓰기 위한 훈련. 그것이 바로 김훈 문장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