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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갈등의 본질 – 『리어왕』과 현대 가족 문제

by 무적의우리친구 2025. 4. 3.

리어왕-세익스피어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단순한 왕국의 몰락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는 부성과 자식 간의 오해, 사랑의 조건화, 권력 이전의 불안, 인간 존엄의 상실을 통해 가족 갈등의 근본적 본질을 탐색하는 비극입니다. 오늘날 고령화, 상속 분쟁, 가족 해체 등의 문제와 맞물려, 이 고전은 더욱 깊은 울림을 줍니다. 본 글에서는 『리어왕』이 보여주는 가족 갈등의 핵심 구조를 통해 현대 사회가 직면한 가족 문제를 조명해봅니다.

조건적 사랑과 가족 해체 – 리어왕의 선택은 왜 비극이 되었나

『리어왕』의 비극은 리어가 세 딸의 사랑을 평가하며 시작됩니다. 그는 딸들에게 “누가 가장 나를 사랑하는가”를 묻고, 말로 표현된 사랑에 따라 왕국을 나누겠다고 선언합니다. 겉으로 화려한 언변을 펼친 고너릴과 리건은 토지를 얻고, 진심 어린 말을 주저한 막내딸 코딜리아는 쫓겨나게 됩니다.

오늘날에도 부모의 기대에 따라 자녀를 평가하고 비교하는 문화, 상속이나 재산 분배에서 “효도 경쟁”이나 “감정의 보상 심리”가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어는 딸들에게 사랑을 증명하라고 요구했지만, 정작 자신은 사랑을 신뢰하지 않고 소유하려 했던 것입니다.

결국 리어는 두 딸에게 배신당하고 권좌에서 밀려나며 정신이 붕괴되고, 코딜리아와 화해하려는 순간 모든 것이 늦어버립니다. 사랑은 거래가 아닌 신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교훈, 그것이 『리어왕』이 전하는 가장 깊은 비극의 정수입니다.

권력, 상속, 불신 – 현대 사회의 가족 갈등 구조

리어왕이 겪는 갈등의 핵심은 단지 사랑의 오판이 아닙니다. 그는 권력을 내려놓는 순간 가족 내 지위와 존엄을 상실하고, 자식들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는 오늘날 고령화 사회에서 부모 세대가 상속과 노후를 둘러싸고 자식들과 갈등하는 현실과 매우 유사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재산 이전이나 부양 책임을 둘러싼 갈등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신뢰하기보다는 조건을 붙이며 통제하려 하고, 자녀는 물질적 보상이나 유산을 기대하며 감정을 연기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이처럼 『리어왕』은 고대 영국의 이야기 같지만, 실은 오늘날의 가족 관계의 심연을 예리하게 꿰뚫고 있는 작품입니다.

회복되지 못한 공감 – 세대 간 단절의 비극

『리어왕』의 비극은 단지 오판과 권력 상실이 아니라, 세대 간 이해 부족과 공감 실패에서 비롯됩니다. 리어는 자녀들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재확인받고 싶어 했고, 코딜리아는 진심이 무시당하는 현실에 실망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부모 세대는 자녀 세대가 책임감 없다고 생각하고, 자녀 세대는 부모가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강요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가족 내 대화는 단절되고, 서로가 외면하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가족 갈등의 해결은 정의나 질서 회복이 아닌, 진정성 있는 공감의 회복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리어왕』은 이러한 회복이 불가능할 때 어떤 비극이 닥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 되묻게 합니다.

결론: 가족은 제도가 아니라 관계다

『리어왕』은 단순한 정치적 비극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내면을 해부한 고전입니다. 사랑을 조건화한 순간, 권력을 잃자 관계도 사라진 순간, 우리는 진짜 가족이 무엇인지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오늘날 가족 갈등의 본질은 감정이 사라진 틀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겹칩니다. 『리어왕』은 그 틀을 벗어나, 진심과 신뢰, 공감이 회복되는 가족 관계를 다시 상상하게 합니다.